강원도 강릉 문화재 탐방 코스
- 카테고리 없음
- 2021. 9. 18.
숙려의 바다에 서다
일반인들에게 강릉의 진면목이 알려지지 시작한 것은 1975년 인천과 강릉을 연결하는 영동고속도로가 놓이면서부터다. 이후부터 강릉은 제주도와 함께 여름 휴가지 1, 2위를 다투는 관광도시로 자리매김했다. 그 공은 강릉 바다를 대표하는 경포대 해수욕장에 있을 것이다. 경포대 해수욕장의 매력은 동해 특유의 맑고 깨끗한 바닷물과 가슴속 상념까지 씻어줄 것 같은 시원한 파도에 있다.
번잡할 정도로 활기찼던 여름과 달리 다시 찾은 겨울 바다는 깊은 잠에 빠진 듯 적요(寂)하다. 하늘을 비상하는 갈매기조차 추위에 날개가 얼어붙었는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김남조 시인의 시 '겨울 바다'처럼 보고 싶던 새들은 죽고 없는 것일까. 바닷물을 머금은 차디찬 바람이 칼처럼 예리하게 뺨을 베듯 스친다. 매운 해풍에 눈물마저 얼어 버릴 그런 바람이다. 칼날 위에 서봐야 땅을 밟고 선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알 듯 겨울 바다에 서 보니 뜨거운 가슴이 그립다. 겨울 바다를 숙려의 바다'라 부르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차디찬 바다 앞에 서면 누구나 인고(忍苦)하듯 숙려 하게 되니 말이다.
바다를 한 발짝 벗어난 곳에 솔숲이 드넓다. '솔향 강릉'이라 하지 않았던가. 원래 방풍림으로 조성한 것인데,이제는 원래 목적보다 그 넉넉한 품이 더 좋다. 짙은 솔밭에서는 짠 바다 내음도 무색하다. @2020.2 문화재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