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강릉 문화재 탐방 코스

숙려의 바다에 서다


 일반인들에게 강릉의 진면목이 알려지지 시작한 것은 1975년 인천과 강릉을 연결하는 영동고속도로가 놓이면서부터다. 이후부터 강릉은 제주도와 함께 여름 휴가지 1, 2위를 다투는 관광도시로 자리매김했다. 그 공은 강릉 바다를 대표하는 경포대 해수욕장에 있을 것이다. 경포대 해수욕장의 매력은 동해 특유의 맑고 깨끗한 바닷물과 가슴속 상념까지 씻어줄 것 같은 시원한 파도에 있다.


 번잡할 정도로 활기찼던 여름과 달리 다시 찾은 겨울 바다는 깊은 잠에 빠진 듯 적요(寂)하다. 하늘을 비상하는 갈매기조차 추위에 날개가 얼어붙었는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김남조 시인의 시 '겨울 바다'처럼 보고 싶던 새들은 죽고 없는 것일까. 바닷물을 머금은 차디찬 바람이 칼처럼 예리하게 뺨을 베듯 스친다. 매운 해풍에 눈물마저 얼어 버릴 그런 바람이다. 칼날 위에 서봐야 땅을 밟고 선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알 듯 겨울 바다에 서 보니 뜨거운 가슴이 그립다. 겨울 바다를 숙려의 바다'라 부르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차디찬 바다 앞에 서면 누구나 인고(忍苦)하듯 숙려 하게 되니 말이다.

 

 바다를 한 발짝 벗어난 곳에 솔숲이 드넓다. '솔향 강릉'이라 하지 않았던가. 원래 방풍림으로 조성한 것인데,이제는 원래 목적보다 그 넉넉한 품이 더 좋다. 짙은 솔밭에서는 짠 바다 내음도 무색하다. @2020.2 문화재사랑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